진짜 ENFJ-T는 사실 친절하지 않다

MBTI 관련 글이라면 이제 너도 나도 너무나도 글 쓰기 좋은 소재이다. 한국에서 온라인 야매(?)로 보급된 이 성격 유형 검사 (사실 찐비티아이는 아님, 그럼에도 그냥 우리끼리니 MBTI라고 하자) 덕분에 우리는 아이스 브레이킹 식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기도 하고, 혹은 혼자 마음이 헛헛할 때 이 검사로나마 공감과 지식, 이해를 얻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 이건 내 얘기 맞네' 싶은건 참 머릿속에 잘 박히는데, 아니다 싶은건 허투루 넘기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 그녀는 ENFJ 대표적 인물이라고 한다.

 

사실 나의 경우 엠비티아이가 자주 바뀐다.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때그때 적응 방법을 찾아나가는지라, 각 잡고 정신의학과에서 검사를 받지 않는 한 그 외에 성격 유형 검사란 사실 오락거리 정도이다. 물론 이제 이 검사가 보편화된지도 꽤 되었고, 나의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라 생각되어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보통 ENFJ라 함은 인간 리트리버라 해 착하기도 하고 사람 좋아하는 유형으로 참 대표격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이런 생각도 한다. 친절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만큼 속까지 완벽히 친절한 경우는 드물다. 분명 천사같이 타고난 유형의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ENFJ-T는 '내가 친절할 수 있어서' 친절한 사람인거지, '친절할 수 밖에 없어서' 친절한 케이스는 아닌 거 같다. 반대로 혹 그런 케이스는 언젠가 지쳐서 ENFJ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진짜 ENFJ-T일까?

사실 이 심리 검사를 하며 사람들은 내 '진짜' 성격, 마음을 알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살면서 최소 두세번은 바뀔 법한 것 중에 진짜가 있긴 한걸까. 거기다 총 16가지밖에 안되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 검사는 그 와중에 A와 T라는 2가지 정도 분류를 더 넣어 32가지 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중 T는 더욱 감정 동요에 취약하고 부정적인 면모가 있어 성격이 더 자주 바뀐다) 다만 사람이 서른 중후반이 넘어가면 어느 정도 삶에 대한 인식, 신념 등이 고착화되면서 성격도 어느 정도는 고정된다. 그 지점을 두고 한번 고심해보자.

 

ENFJ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진 힘과 생각으로 주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곤 한다. 그러고 싶어서 애쓴다기 보다는 성향 자체가 그렇게 타고난 걸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엔 여러 손 발이 함께 맞아줘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기본적으로 체력도 받쳐줘야 하며, 지능도 좋아야 한다. 외모까지 훌륭하면 더할나위 없는 엔프제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이 적절히 되지 않으면, 그저 이상향만 꿈꾸는 엔프제가 될 수도 있다. 타고난 성격과 지향하는 바에 비해 체력도 떨어지고, 머리도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 지향하는 바에 비해 부족한 것이 당연한 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진짜나 가짜나 사실 피로도는 느낀다. 타고난 천사는 없다. 이들은 내가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서 그 자리를 맡으려는 것 뿐이다.

 

여기에 나이가 들고 사회적 입지가 생기며, 우리가 알던 ENFJ는 또 다른 모습이 된다. 더욱 강인한 엔프제가 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자신의 부족함에 지쳐 T가 되기도 I가 되기도 한다.

 

이타적이면서도 우월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성격 유형이라 모진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려 언젠가는 더욱 꼿꼿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도 한다. 그 와중에 이들의 친절함은 더욱 원대한 목표에서 나오며, 친절을 거절 당해도 상관 없다는 깡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거절하는건 어려워 해서 거절하는 방법 2안, 3안까지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다. 착하긴 하지만 단순히 남한테 착하게 보이려 착하게 굴려 하고 있다면 그건 진짜 ENFJ로 남기 힘들 것이다. 능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유지하기 힘든 성격 유형인데 엔프제 T는 A보다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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