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연애도 바람이다

환승 연애를 자주 하는 남자들. 물론 그들의 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혼자가 되는걸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엔 특히나 이 환승 연애가 많다.

 

그런데 이로 인해 이별을 당하는 여자, 혹은 선택(?)을 받은 여자 입장을 들어보면? 남자의 기대와는 달리 두 쪽 다 기분이 좋지 않다. 이별을 당한 여자 측이야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겠지만 후자는 어떤가? 남자 입장에선 그녀가 왜 기분이 나쁜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반면, 여자는 그 썸타는 기간 동안 전여친과 자신을 저울질한 남자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낀다. 자신은 진심을 다해 그 남자에 대해 알게되고 고민하고 좋아했는데, 남자 입장에선 조금만 수 틀리면 언제든 자신을 버리고 돌아갈 곳이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의도야 어찌되었던 당하는 입장에선 바람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환승 연애는 상대방이 여자친구가 있는지 제대로 모른 채 시작된다. 혹여나 알게 되어서 불쾌감을 표시하면,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돌아서기도 한다. 그런 얄팍하고도 비겁한 마음을 가진 게 환승 전문가들의 본모습이다.

 

'그냥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건 어때? 나 같은 남자를 만나려면 그 정돈 해야지.'

 

그 썸타는 기간 동안 남자는 어떻게 보면 썸녀에게 전여친보다도 훨씬 더, 매우, 엄청 잘한다. 왜냐면 낯선 여자, 새로운 여자는 늘 남자의 탐구 대상이거든. 그런데 이게 결과가 좋게 끝나야 환승 연애지, 혹 전 여친과 정리하지 않기라도 한다면 바로 바람이 된다. 그렇게 되면 여자 입장에선 애초에 임자 있는 놈을 건들여 버린거라 되려 버림받아도 할 말이 없다.

 

더불어 여자 입장에서 남자가 여친이 있었음을 혼자 알아차리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여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아, 나를 가지고 바람을 피려고? 장난을 치려고 했던건가?' 하고 말이다. 물론 남자 입장에선 전여친과의 관계가 이미 질릴대로 질려서 그보다는 나와 더 잘맞는 여자를 탐색하려 '합리적으로' 행동했던 것일수도 있다. 그래, 여자 입장에서도 이걸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문제는 더 큰 데 있다. 한 사람을 믿고 신뢰하는데에는 서로를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경험이 따로 있다. 그런데 그 신뢰의 기반을 세우는 시점에 이 같은 기억은, 마치 평평한 땅이 아닌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경사로에 모래성을 쌓는 것과도 같다. 

 

물론 항상 처음 사랑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의심 따위는 일절 버리고 긍정적으로만 관계를 유지한다면 놀랍게도 모래성이 무너질 확률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생이 언제 그렇게도 우리 마음대로 되었던가. 위기는 어차피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동반자를 원한다.

 

자신의 사람 하나 찾는데 '혼자 되기 싫다'는 비겁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사람, 어느 누가 그를 좋게 볼까? 그는 애초에 한 사람으로 만족을 못하는 사람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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