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역사 돌이켜보기.."그동안 고생했어요, 무한도전!"

무한도전의 역사 돌이켜보기.. "그동안 고생했어요, 무한도전!"


※ 개인적인 의미부여 주의, 따뜻한 내용 반, 차가운 내용 반



농담조로 예언하던, 무한도전이 아침방송으로 편성되는 일은 없었다.

무한도전도 어느 예능 프로그램처럼 종영을 맞았다. 그것이 잠정적인 것이든, 아니든 

우리가 알고 기억하던 그들의 도전이 '끝'인것만은 확실하다. 


참고로 나는 운좋게도 이 역사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1회부터 지켜본 골수팬이다.



초기엔 정말 20회로 끝나는줄


당시엔 SBS 예능이 대세였다. 가족들이 거실에서 SBS를 볼 때 나 혼자 안방에서 MBC를 봤다.

인기도 없던 프로그램이 나한테는 왜 그렇게 웃겼던지. 

돌이켜보니 일종의 반항심으로, 대세는 별로 따르고 싶지 않았던 특이취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만 해도 20회를 넘었다며 자축하던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이 있었다.


유재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웃음을 위해 온몸을 헌신하던 주장이었고,

정형돈은 건방진 뚱보, 거기다 약간의 체육 능력을 지닌 뚱뚱보 캐릭터였다.

그리고 말많고 정말 시끄럽던 노홍철은 자신만의 특이한 자막 형태까지 생성해낼 정도로 전에 없던 캐릭터였다.



초기 무한도전의 아이덴티티는 노홍철?


※ 개인적인 의미부여 주의



기존의 예능은 무대 뒤 제작진이 연출한 대본무대 위 출연진의 연기나 애드리브로 이루어졌다.


한편 무도 제작진은 이 둘을 최대한 융시켜 활용했다.

출연진 한명 한명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들 자체의 색깔을 연출에 그대로 녹였다.

이는 솔직하고도 기발한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능했던 초석이었다.


그 중에서도,

무한도전의 아이덴티티였던 손을 앞으로 뻗는 구호나, 특유의 노란 고함 자막, 그리고 (콘테스트까지 시행된) 돌아이 캐릭터는 

어쩐지 그 모든 화살표가 노홍철로 향했다.



가장 큰 위기는 초반에 있었다



사실 무도가 잘나가고 난 뒤 위기설이 참 많이 돌았다.

하지만 그건 언론의 설레발이었을 뿐, 진짜 위기는 처음에 있었다.


무한도전의 이름으로 자리를 잡기도 초반, 

개편된 게임쇼, 퀴즈쇼의 형태는 개인적으로 진심.. 핵노잼이었다.

그래도 출연진에 대한 애정, 출연진들의 캐릭터만으로도 매우 웃겼기 때문에 계속 봤다.


하지만 저 포맷으로 계속 갔다면, 오늘날의 무도는 없었다.



일본에서의 팬미팅 후.. "요즘 웃기다는 소리 좀 듣습니다."



늘 혼자 보던 프로그램을 

자신있게 재밌다고 다같이 보게 된 시점이 바로 일본 팬미팅 편 이후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친 기획..


당시 그나마 기대를 걸만한 것은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나름의 인기를 얻은 정준하밖에 없었다.

(사실 이것도 정준하 스스로 자기가 일본에 인기가 있단 말한마디로 벌어진 일)



도전은 역시 스포츠



워낙 다채로운 특집이 많아 시청자들이 눈치 못챘을 수도 있으나

사실 도전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던 건 처음부터 줄곧 스포츠 종목이었다.


댄스 스포츠부터 봅슬레이, 레슬링, 조정 그리고 오늘의 평창 올림픽까지.


무한도전은 단 한번도 스포츠라는 거대한 줄기를 놓치지 않았다.

거기엔 늘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패착 원인 또한 여기에 있었다.

잘 몰랐던 스포츠 종목에의 도전은 새롭고 흥미로웠으나 특정 체육 행사(?)의 홍보수단이 되면 안되었다.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 중 무한도전은 무슨 평창과 계약이라도 한 듯 겨울 눈판을 벗어나질 못했다.



나날히 높아지는 인기, 떠나가는 사람들



1등의 자리만큼 무서운 자리는 없다.


그동안 자리를 지킨 멤버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쳐줘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높아지는 인기만큼 부담을 느끼던 멤버들은 자의로 혹은 타의로 무도를 떠났다.

(대부분 자의로 보는 게 맞다 본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써, 또는 방송으로 인해 도를 지나쳐버린 캐릭터에 그들 스스로 개인적인 삶과 공간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원년 멤버 정형돈노홍철의 하차는 그동안 유지해오던 무도의 틀을 무너지게 했다.



냉소적인 태도는 대중까지 냉철하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의 냉소적인 자막 형태는 특별히 재밌는건 아니지만 나름의 아이덴티티?로 제작진의 사심을 막간 반영해왔다.

하지만 어째 그런 냉철함은 특정 멤버로만 향했고, 이에 동요한 대중의 묘한 시선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실 방송이란 개인의 사소한 치부 정도는 기꺼이 덮어질 수 있을만큼 굉장히 지능적이다.

그럼에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그건 불가..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몇몇 멤버들이 조금만 못웃기면 '못웃긴다' 폄하하는 등의 행태는 

대중을 따가운 시선의 악플러로 만들기 충분했다.


(!)

게다가 근래엔 국내외적으로 안좋은 일들만 발발,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착한 예능들이 성공을 거두고

예능에선 웬만하면 불쾌한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하는 심리가 깔리게 되었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또한 문제라면 문제였다.



종영으로의 첫걸음, 늘어난 방송 시간?



1시간 30분을 웃음으로 빡빡하게 채우던 무한도전의 방영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 유재석 역시 '효율적이지 못하다' 방송에서 제작진을 대변해 말한 적이 있다.


파업에 들어가고 난 뒤엔 방송시간을 채우려는 명목이었던지 자꾸 과거 영상을 가져와 시간을 떼웠다.

마치 종영 직전 회상씬을 보는 듯 했다.

무도 재방에 삼방은 더봤을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러한 편집이 너무나도 지겹고 진부하게 느껴졌을 것.


게다가 '나 혼자 산다'처럼 시청자와 VCR을 함께 시청하는 형태 역시 

편집 시간은 늘려주었을지 몰라도 기존의 무도 형태와는 너무나도 달라 당혹스러웠다.

나혼자산다 에나 맞지, 무도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애정하던 프로그램이 역행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아침시간대로 가서 아침마당 형태가 된 무한도전을 보는 게 덜 부끄러웠을 것 같다.



최선의 결말이었다



잘한 것들만 더 써주고 싶었지만 결국엔 팬으로써 아쉬운 마음에 쓴소리들이 나와버렸다.


하지만 정말 최선의 결말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 무한도전을 메꿔준 모든 멤버들 정말 수고했고, 더불어 양세형, 조세호님도 정말 최선을 다해주었다 말해주고 싶다.

더불어 주옥같은 특집들 만들어준 제작진 모두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 

시즌2를 바란다는 소린 하지 않겠다. 다만 먼 훗날, 어느 프로그램의 특집 방송에서 무도 멤버들이 다시금 모두 모여 웃고 떠드는 모습 한번만을 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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