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둑] 불편하지만 인생영화

얼굴도둑

Un illustre inconnu, Nobody From Nowhere, 2014

프랑스 영화는 항상 예술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괴이하고 특이하면서 일상적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굳이 그들의 영화를 찾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철학적이고 또 한편으론 예술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그들의 영화는 언제나 감격할만한 인상과 영감을 줍니다. '얼굴도둑' 또한 그런 영화입니다. 


[줄거리]

주인공 세바스티앙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러운 인물입니다. 그는 그가 사는 세상에 속해있으면서도, 동 떨어져 있는 듯해 보이는. 그래서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그의 세계에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가 어렵습니다. 


천재적인 두뇌와 한순간에 타인을 흉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 모든 것을 숨기고 은밀히 행동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는 누구보다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 그렇다고 그가 변태일까요? 그는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순박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세바스티앙은 자신과 어딘지 미묘하게 닮은 또 다른 '천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그를 똑같이 따라하죠. 하지만 이번엔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런 변수가 생기게 됩니다. 그 천재가 바로 그의 눈 앞에서 자살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삶에 꽤나 개입하게 되어버린 세바스티앙은 그의 삶으로부터 도통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 속이 뻔히 보여.

난 그런 내가 싫었어.

그런데 자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없는 듯 하지만 거기 있어."

천재는 다른 사람들과는 무언가 다른 세바스티앙을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둘은 어쩌면 서로의 텅 비고 공허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꼬여버린 실타래에도 세바스티앙은 이제껏 없었던 삶에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으면서도 이 행복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불편하지만 인생영화, 누가 그를 욕하나


악질 주인공을 예상했다면 그것은 완전히 빗겨갔습니다.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지만 본래의 자신으로썬 단 한번도 이 따뜻함을 나눠본 적 없었던 인물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탐하게 된 이유 역시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의 인생을 따라하고 그들의 집에 들어가고. 이건 범죄 아닌가요? 영화를 끝까지 보신다면 아마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만 놓고 보자면 불편한 영화인 것은 사실. 그러나 이처럼 수줍은(!) 범죄물은 또 없을 것입니다. 

그런 괴리감에 더욱 인상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제게 인생영화란 그런 것. 뭔가 뒤통수를 딱 후려맞는 듯한 느낌이 싫지 않은. 단순 자극적이기만 한 상업영화와는 비교하고 싶지 않습니다. 


혹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얼굴도둑'을 꼭 추천드립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조나 스토리성, 영화 연출까지. 3박자가 완벽히 어우러진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하니까요! 또 본인이 주인공들처럼 '천재'시라면 더욱 공감(?)되시지 않을까요..? 제가 천재란 이야기는 아니예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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